영화를 봤다, 공룡영화
솔직히 나는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공포 영상은 잘 못 보는 편이다.
그러니 볼만한 영상이 별로 없다.
폭력이 있더라도 비현실적으로 표현되는, 그런 영상이 좋다.
허구적 표현이 표나게 있는.
공룡은 아주 먼 옛날에는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없으니 가능할 거 같았다.
이번에 본 공룡은 그래픽으로 촬영되어 컴퓨터로 작업을 한 게 태반일 것이다.
머리로는 안다.
그렇지만 나는 공룡의 이빨이 나올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공룡의 이빨과 주변의 정보를 통해 다음에 처해질 상황이 연상이 된다.
내 머릿 속에는 다음을 보지 않더라도 그 날카로운 이빨로 잔인하게 뜯어놓거나 짖눌린 새빨간 피범벅의 현장이 펼쳐진다.
'허구다.', '사실이 아니다.', '공룡은 없다.', '그래픽이다.' 라는 사실은 알지만 감정은 요동친다.
무섭고 두렵고 불안한 이런 감정은 때때로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눈과 귀를 막느라고 영화가 흘러가기를 원하는 모습에 영화를 즐기지는 않는다.
보더라도 잔잔한 영상미가 있는 그런게 아니면 만화로 되어 있거나 코믹하고 달달한 종류를 즐기곤 한다.
이번에 쥬라기는 허구성이 표나게 있을 거 같아서 봤다.
그렇지만 나는 영상의 가짜와 진짜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거 같다.
영상이 현실이 아니지만 그것이 사실인양 떨어댔으니까.
팝콘과 콜라를 사지 않아서 다행이다.
있었다면 떨면서 다 흘렸을 거 같다.
쥬라기 월드의 주제는 공생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는 거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떨었던 감정만 남아있다.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맴돌지만 연결되지 않아 줄거리는 잘 모르겠다.
영상에서 주는 교훈을 함께 만끽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 그렇게 기능하지 않는다.
다만 기억하고 싶은 건 그렇다.
내 감정의 순간들을 기억해보기.
왜 그럴까?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 것도 아닌데.
잔인한 순간을 목격한 것도 아닌데.
누군가의 죽음, 생의 힘듦을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않아 면연력이 없는 것일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느낀 그 불편한 감정이 있다는 것만 안다.
애착과 심리치료 8장 (1) | 2025.01.02 |
---|---|
[책] 최강의 명상법 (1) | 2023.12.10 |
[책] 의미수업, 1부 2장 슬픔에는 반드시 목격자가 필요하다 (0) | 2022.05.12 |
[책] 의미 수업, 1부 1장 모든 상실에 의미가 있다. (0) | 2022.05.11 |
[책] 의미수업_서론 (0) | 2022.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