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있을 당시 옆 집은 진돗개를 키웠다.
아가인 강아지를 데려다 마당에서 키웠다.
그 당시 룸메는 강아지를 별로 개의치 않고 만지고는 손을 씻곤 했다.
나는 강아지가 귀엽기는 했지만 특유의 개 냄새와 달려드는 게 싫어서 지켜보기만 했다.
점점 강아지는 커가면서 개로 변모했다.
그렇지만 편의점에 갈 때에는 그 곳을 뺑 둘러가니 진돗개는 알아보며 수시로 짖었다.
조금도 관심이 없으니 열받아서 짖는달까?
룸메나 언니들한테는 마운팅을 하면서 반겨주었다.
나는 부러운 듯 그냥 지켜만 봤다.
그 당시 에너지 많았던 개는 언니의 옷을 발톱으로 누르며 특유의 친근감을 선사했다.
반려견이 있었던 지라 개의치 않아하는 언니에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니들은 황태를 편의점에서 사다 개에게 줬다.
그렇지만 개는 정말 많이 고민을 했나보다.
실컷 반김을 받은 개는 힐끔 보곤 이제 내 차례라는 듯이 기다렸다.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 있는 나를 보곤 특유의 앉아 자세로 등을 보이며 기다렸다.
그제야 살살 다가가려는 용기가 생겼지만 망설이길 여러 번.
사실 개가 움직임이 있을 때는 움찔하는 나는 무척 쫄보였다.
그래도 살살 다가가서 등을 어루어 만지니 헥헥거리지만 가만히 있는 개.
개는 내가 다가올 수 있도록 오랜 기다림과 특유의 배려를 해주고 있었던 거다.
'짐승만도 못한', '금수만도 못한'이라는 뜻은 굉장히 특별해졌다.
말을 못하지만 비언어적 소통은 사람과 개라는 다른 종에게도 통하고 있었다.
강아지도 이정도인데 한낱 말이 통하는 사람에게는 좀 더 젠틀함은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그 진돗개로 인해 세상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조절은 좀 더 섬세해져야 한다고.
소중한 경험을 한 셈이다.
그래서 화성에 있었던 진돗개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고민] 다름의 인정, 존중이 뭘까 (0) | 2022.05.04 |
---|---|
[일상] 소화불량; 주기성 구토증 (1) | 2022.05.03 |
[방문] 캣카페 방문기 (0) | 2022.03.26 |
[일지] 일곱번째~열번째 시간 (0) | 2021.11.27 |
[일지] 요가 여섯번째 (0) | 2021.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