묭쓰네 마음놀이터

한때 생태체험을 주관하던 센터에 일을 하다 보니 생태에 관해 듣는 게 많았다.
내 업무는 그게 아니니 모르쇠를 하더라도 머릿속 한켠에는 예쁜 물건을 사고 버리는 것에 대해 찝찝함은 있었다.
물건을 버리려고 해도 멀쩡한 건데 내가 실증 나서 버리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감당안되는 저 예쁜 쓰레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작년의 목표를 세울 때 '생태 가꾸기'가 한 부분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 내가 아는 걸 다 하리라 다짐한 건 아니었다.

그럴 바에는 원시 시대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고 물질만능주의에서 소 확 행 없이 뒷수습하느라고 재미가 하나도 없을 거 같았다.
할 수 있는 만큼이 어딘지 가늠하고 고민하다 늘 쓰는 액체세제를 고체세제로 바꿔서 사용해보기로 했다.
세상에는 많은 액체세제가 있다.
머리를 감는 샴푸, 컨니셔너, 몸에 쓰는 바디클렌저, 폼클렌징, 주방세제, 세탁세제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선물용으로 들어온 많은 액체세제들.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버리면 그 또한 낭비라 여전히 나는 액체세제들을 끝까지 사용하려고 한다. (아직도 많이 남은 액체세제들)
그중 다 떨어져 가는 건 주방세제와 샴푸.
머리를 고체세제로 감아보려고 결심했지만 막상 사려고 보니 머리가 뻣뻣할까 봐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실행한건 주방세제를 설거지 비누로 바꿔봤다.


의욕에 앞서 설거지비누를 큼지막한 2~3덩어리를 고민도 없이 사서 1년을 썼다.
그전에 선물 받은 아크릴수세미를 바꿔가며 설거지를 했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알았다.
다 쓴 뒤엔 천천히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아크릴 수세미가 손에 익어 친환경 수세미를 사용하는데 조금은 불편하였다.
여러번 문질러야 닦이는 거 같고 뜨거운 물에 닿아서 그런지 원상태로 복구되지 않고 빨리 닳는 느낌이었다.


다시 교체해야 하는 시기.
고민이 되었다.
실리냐, 환경이냐.
사실 주방세제도 수세미도 다이소에 가면 이천 원 언저리면 살 수 있다.
제로마켓은 별로 없었고 수세미따로, 세제따로 택배로 시켜야 할 거 같았다.


4/14일 나는 은영상점에 갔다 왔다.
내가 아는 대전지역의 유일무이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다.
첫 방문기라서 한참 헤맸다.
입장을 반기는 재활용품들의 전시.


역시 눈에 보이면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반가웠다.
브리타를 쓰고 있지만 택배를 보내기엔 번거롭고 손쉽게 재활용이 되지 않아서 버릴 때마다 보이는 건 플라스틱인데 내용물을 분리할 수 없어 또 다른 쓰레기를 양성하는 기분이었기도 했다.
보면 브리타를 모으는 필터 수거함도 있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에는 잊지 말고 가지고 와야겠다.

올라가는 길.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붙여있다.
시끄러운 사람책 도서관이라니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니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
그리고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홍보용인지 몰라도 한편에는 스티커도 꽂혀 있었다.
하나 가지고 와서 봤는데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배출한다고 했지만 더 세분화해야 하나 싶다.
아... 플라스틱은 너무 어렵다.
가뜩이나 한 봉지가 여러 개로 쪼개지니 자리를 차지하는 공간도 많아졌는데...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미관상도 좋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려야 채워지는 재활용품들.
안 살 수도 없고...  어느정도 차야 버리고...


액체 세제들.
나는 용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무료 나눔 하는 용기에 담아다가 쓰고 싶었다.
사실 쓰기 쉬운 액체세제가 최고다.
안타까운 건 인기가 많았는지 주방세제는 이미 통이 비어있었다.
여쭤보니 하루 이틀 뒤에 세제가 들어 올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기가 번거로우니 그냥 내가 사려고 했던 설거지 비누를 1개만 샀다.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공장으로 대량 생산하지도 않고 가치의 희소성이 있어서 그런지 일반 구매금액보다는 훨씬 가치를 높게 매기고 있었다.
칫솔은 저런 게 집에 있어서 안 샀지만 별로 좋은 효과가 없어서 고민 중이다.
수세미는 맨 끝 쪽에 있었는데 군데군데 더 있었지만 다 찍지는 못했다.
고민하다가 잘 닦이는 수세미와 자주 방문하기는 어려우니 여유분으로 진짜 식물 수세미를 말린 원형 수세미를 샀다.
그리고 고체 치약은 알약처럼 생겨서 들고 다니기 편할 거 같아서 샀다.
틴케이스와 사탕 통도 집에 꽤 있어서 그 통을 잘 활용해 보면 좋을 거 같다.

고민이 생겼다.
주방에서 쓰는 완성품인 수세미 모양으로 생기지 않은 식물 수세미를 써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면서 생긴 부스러기들도 뒤처리를 하고 사 온 것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을 꽤 많이 쓰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한다고는 하지만 때때로는 귀찮기만 하다.
사실 안 하고 싶다.
편리와 편의만 추구로 인해 다치는 생물과 결국 내가 먹는 것까지 영향을 주는 걸 생각하니 해야겠고..
그러한 딜레마 속에 내가 또 원하는 목표가 생겼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서툴러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욕심에 비해 내 기준은 너무 모호해져간다.
작년과 올해의 목표가 달라지니 이에 대한 비중도 차이가 난다.
결국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테지만..
누적해서 또 다른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은 이것과 저것을 연결해서 문을 넓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내 행동을 틀 안에 집어넣어 한정 짓게 만드는 요소기도 한다.
너무 많은 가치를 중요한데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은 하나에 몰입하지 못해 이도 저도 못할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한 편으로는 내가 쓰기로 한 물건을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줘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러므로 원래 재활용은 잘처리 해야하는 건 아닐까?
이번 한 해만 씀뻑해보고 말 생태가 아니라 계속 보살펴야 할 문제라 생각하니까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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