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에 카카오 톡딜로 흉터연고가 오랜만에 시중에 풀렸다.
이미 나에겐 있는데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눈이 갔다.
오늘 분명 일 끝나고 집에서 흉터연고를 발랐던 거 같은데 기차시간이 임박할 시점에 흉터연고가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온 집을 뒤졌는데 찾지못해 일하는 곳으로 가서 찾아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잃어버린 게 집이면 어디에서든 나오던지 어제 본 흉터연고가 필요해져서 샀다.
기차 안, 울적해진 마음으로 '하루의 사랑작업' 책을 봤다.
저항에 관련된 내용은 자꾸만 책 내용에 머물렀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책을 보는 시간으로부터 4시간도 안된 시점이지만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다 전달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냥 초기 아동기였던 내가 느낀 감정들이 떠올랐다.
화상.
심각하게 화상을 입고선 통증으로 울고 있는 나에게 그당시 베프라고 칭하던 동창은 너무 울어서 쪽팔리다고 얘기했다.
입원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타지에서 엄마에게 상황을 알리자 거짓말하고 해외에 갔다온 상황을 탓하며 화를 내며 알아서 하자고 하며 인연을 끊자는 답변을 했다.
버림받은 기분, 그 찰나의 상황에 매달렸다.
찰나가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해졌지만 찰나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 고통에 관해 곁에 있고 알렸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분, 나는 통증을 느껴도 내색하지 않고싶다.
내색하지 않아서 모른 체하는 것과 알렸는 데도 지나치는 것은 또다른 외로운 기분이 든다.
그당시 나는 입원을 하고 하루종일 울었다.
초기기억.
나는 화상을 회상하다 엄마에게 집중했나보다.
내 과거의 통증은 엄마로부터 외면받음, 가족으로부터 받았던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온갖 것을 탐구해야 할 3살 꼬맹이는 알게 모르게 기능이 약한 누군가의 생활을 떠맡아야 했다.
그 당시 자유롭게 이것저것 탐험을 하다 한눈을 파는 사이 그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자랐다 나는.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칠 위험이 있는지 또다시 생각해야 하고.
누군가가 다치면 그게 다 내가 못 보고 생각하지 못해서 책임인냥 미안하고.
그렇지만 정작 내가 위험한 일이 닥쳐도 가해하려는 당사자에게 말도 못했다.
실은 그동안 사랑해준다고만 여겼는데
오늘 내 마음에서는 난 가족을 미워하고 있었다.
그당시, 날 보호하는 보호자들이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알아서 잘하니까 그냥 두었다.
나는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똑똑해지고 싶었다.
내 보금자리 , 울타리를 지키고 싶었다.
실은 나는 그들로부터 외부로부터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고 싶었다.
나에게 상황을 맡기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가 있는지조차 신경쓰이지 않게 해맑게 실수하고 싶었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별 것 아닌게 되는 그런 삶은 나에게는 아니었으니까 부정했다.
'보호해줘, 보호해줘.' 내 마음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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